지난해 경제계가 과잉 입법이라며 반발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모델이 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정부 주도로 수년간 논의 과정을 거쳐 입법화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의원 발의 7개월 만에 처리된 것과는 차이가 난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14년 발표한 논문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에 대한 고찰과 시사점’에 따르면 영국에서 기업과실치사 처벌에 관한 논의가 계속돼온 가운데 2000년 영국 정부는 ‘비고의살인죄에 관한 법률개정: 정부 제안’을 발표하며 기업과실치사죄 신설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방안은 범죄의 주체를 법인격 없는 단체까지 확대하고, 기업의 이사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가능성을 인정해 영국에서도 논란이 됐다. 결국 영국 정부는 6년간 의견을 수렴해 2007년 7월 법률을 제정했다. 필요성이 공론화된 지 7년 만에 법이 생긴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1월 국회에 제출한 온라인플랫폼법은 올해 안에 입법이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비슷한 법이 만들어지는 데 3년이 걸렸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2016년 실태조사를 2년 동안 한 뒤 입법 필요성을 권고했다. 이후 2019년 온라인플랫폼 규칙이 제정됐고,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요 선진국은 법을 제정할 때 워킹그룹에서 검토를 시작해 규제 영향평가 등을 거치는 반면 한국은 법의 사회적 파급과 영향·효과 분석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의원입법은 아무 규제장치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